“재수강 때문에 계절학기를 듣는 수밖에 없어요.” 경제학과 3학년 전미진 씨의 말이다.

대학생이라면 대부분 학점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매 학기말 성적표를 받아들면 매번은 아닐지라도 좋지 않은 성적이 한두 개쯤 있기 마련이다.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고 발표도 잘 했는데도 상대평가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치열한 경쟁으로 재수강의 길을 선택해야만 하는 학생들의 고충을 들어봤다.

1. 재수강 포기형

“재수강이요? 그걸 왜 해요?” 법학과 엄태웅(24)씨는 좋지 않은 성적이 나오더라도 재수강은 가급적 피한다고 한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과목을 더 듣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재수강 과목이 학기당 한 개를 넘겨서는 안 된다. 또한 평점이 최소 3.4이상은 나와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그렇지 않다면 재수강 없이 학점 유지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2. 재수강 차단형

“어떻게든 C+는 면해야죠.” 평소 학점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문헌정보학과 김지민(24)씨. 그녀는 최대한 학업에 충실하려고 노력하여 A는 못 받을지라도 B까지는 끝까지 사수하겠다고 말했다. 이 방법의 경우 전 과목을 두루 신경 써야 하는 만큼 학점관리에도 큰 도움이 될 방법이다. 대부분 학생들이 쓰고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고 수업이 어려워질수록 점점 힘들어지므로 1학년부터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재수강 → 계절학기 형

“재수강을 하려면 어쩔 수 없어요, 비싸지만 계절학기 들어야죠.” 사회학과 김나영(22)씨는 1학년 때의 좋지 않은 성적 때문에 재수강 과목이 많아서 학점 확보를 위해 계절학기를 선택했다고 한다. 1학점당 7~8만원을 호가하는 수강료도 부담이지만, 황금 같은 방학기간을 학교에서 보낸다는 것이 더 아쉽다고 말한다.

재수강이라고 하면 제때 공부를 하지 않아 학점이 엉망인 학생들만 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물론 그런 경우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의 상대평가 기준에서는 중앙대의 경우 29명 이하의 클래스를 제외한 모든 클래스는 각 정원에 비례해서 학점을 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치열하게 경쟁해서 남보다 더 잘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이런 시스템 하에서는 개인의 노력이 빛을 잃는 경우도 발생된다. 이 방식이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방안일 수도 있지만 학문의 상아탑인 대학교에서 자신만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모순일 수도 있다. 최근 이런 생각들이 모여서 일부 수업을 절대평가로 전환하자는 학내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의 그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