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내로 집을 비우라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네요"

현재 뉴타운 개발 지역인 흑석 6구역 일명 우리 학교 쪽문 쪽에서 월세살이를 하고 있는 신문방송학과 03학번 이준규(24) 씨의 말이다.

며칠 전 그는 집주인으로부터 한달 내에 집을 비워달라는 급작스런 통보를 받았다. 자신의 집이 철거 대상인줄도 몰랐던 그로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다.

흑석동 뉴타운 개발로 인한 주거난 때문에 우리 학교 학생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지금껏 살던 월셋방이 점차 사라짐에 따라 서둘러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해야 할 상황이다.

	▲ 철거 중인 건물 너머로 우리 학교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최근 경제학과 02학번 구동회(26) 씨는 우리 학교 중문 근처에 있는 부동산 중개소를 찾았다.

"갑자기 월세로 살고 있던 쪽문 쪽 집이 철거된다는 소식을 듣고 중문 쪽 집을 알아봤는데 집값이 만만치 않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이사비도 받지 못했는데 금전적 부담이 상당하다"며 걱정을 털어놨다.

실제로 흑석동이 뉴타운 개발 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중앙대 부근 방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그야말로 소형 월셋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철거 예정이 없는 곳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학과 03학번 윤정수(26) 씨는 "어학연수를 다녀와 중문 쪽에 새로 방을 구했는데 작년 기준 월세로 35만원이었던 방값이 올해 비슷한 방을 얻으려면 45만원 정도는 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지방 출신 학생은 삼천여명에 달한다. 이에 비해 기숙사 수용 인원은 칠백여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뉴타운으로 인해 조속히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할 지방 출신 학생의 경우만 하더라도 천여명이 넘는다.

	▲ 재개발 예정이 없는 곳의 집 구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새 집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 비해 주거난을 해결하려는 학교 측의 대책 마련은 소극적이다.

학생지원팀 노상철 팀장은 "주거난으로 고생하는 학생들 심정은 이해하지만 학교 측으로서도 별 다른 도리가 없다. 장기적인 대책이지만 차후 기숙사 증축만이 가장 실질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심각한 주거난에 따라 일부 학생들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 학교 민노당 대책위원회에서는 "서울시 측이 흑석 뉴타운 지정에 따른 세입자 수요 조사를 면밀히 실시하지 않았다."며 "우리 학교 학생들의 주거권 확보와 관련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 측에서 월세살이를 하고 있는 지방 출신 학생들을 위해 적극적인 주거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임차와 관련한 법률 조언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방 출신 학생들은 가파른 등록금 인상과 더불어 주거 비용 마련으로 인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반면 경제적 약자인 학생들을 위한 서울시와 학교 측의 대책 마련은 빠른 철거속도에 비해 느릿하기 그지없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 학교 학생들의 주거권을 위한 적절한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