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 다 상환할 거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하고 막막한 생각만 듭니다."
경영학부 김정환씨(26)가 지난 20일 릴레이장학금(학교에서 제공하는 무이자 학자금 대출) 상환 계획서를 학교본부에 제출하며 쏟아낸 한탄이다. 김씨는 졸업 후 2년 후부터 500만 원 가량의 대출금을 최대 3년에 걸쳐 학교에 상환해야 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학교서 빌린 돈은 무이자라 그나마 낫다. 등록금을 마련하려 은행을 통해 빌린 돈(정부보증학자금대출)도 약 1000만원에 달한다. 즉, 약 1500만원의 빚을 안고 졸업을 하게 된 셈. 김씨는 "매달 7~8만원에 달하는 이자 내기도 버겁고, 거기다가 이제 졸업하고 저 돈 다 갚아야 할 생각하니 더욱 어깨가 무거워진다"며 쓰게 웃었다.
졸업을 앞둔 채무자 '말년 대학생'들의 한숨소리가 짙어지고 있다. 최악의 청년고용난 속에 취업전망도 불투명해 앞으로의 '살림살이'도 걱정인데, 학자금 대출로 인해 빚만 잔뜩 떠안고 사회로 진출하게 돼, 이중고·삼중고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체 대학생 197만20000명 중 40만2000명이(20.3%)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다. 게다가 대출금을 연체해 금융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된 대학생은 1만2927명(지난 6월 말 기준). 이는 지난 2006년 말 680명과 비교하면 19.3배나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말 1만118명보다도 2809명(27.8%)이나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캠퍼스 내에는 '꿈 많은 청춘'이어야할 대학생들의 '포부'가 늘어나는 빚에 비례해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한탄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법학과 김종민(27)씨는 "요즘은 제대로 밥 벌어 먹고 살면 다행이란 생각이 자주 든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대학 4년 동안 빌린 대출금만 대략 1300만원에 달한다고 했다. 김씨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진로의 최우선사항으로 '밥줄'을 고려하게 되는 자신을 볼 때마다 많은 자괴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사실 그의 꿈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자'였다고 했다.
"3학년 때까진, 제 소신과 맞는 진보성향의 언론사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기업에 들어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죠. 기자가 될 것이란 전망도 불투명하고, 당장 빚진 돈만 1000만원이 넘으니, 일단은 경제적인 안정을 찾는 게 급선무라고 봤어요."
온갖 '경제적 부담'으로 평소 바라왔던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여럿 있다.
컴퓨터공학부 박경철(가명·27)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계속 대학원 진학을 염두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 학업을 계속하고자 했던 꿈을 접고, '취업전선'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대학원 등록금은 조교 등을 해서 어떻게든 충당한다 해도, 지금까지의 대출금 약 1000만원을 갚을 생각과, 앞으로의 생활비 등을 고려해보니, 도저히 마음 편하게 공부하지 못할 것 같아서였기 때문이다.
박씨는 "무엇보다도 소신 있게 미래를 설계할 여유를 주지 않는 지금의 각박한 상황이 너무 슬프다"면서 "젊은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사회여야만 발전이 있을 텐데…"며 씁쓸할 표정을 지었다. |